바다공주와 어부총각 (2)
하루가 일년맞잡이로 지루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지나 반달이 되였습니다.
이날도 총각은 고기잡이 나갔다가 저녁무렵이 되여 배를 몰고 뭍을 향하였
습니다. 금방 수평선으로 넘어갈듯한 해는 온 하늘에 새빨간 노을 남기여
검푸른 구름도 짙은 붉은색으 변하였고 바다물은 피같이 짙은 색으로 술렁
이고 있었습니다. 각가지 바다새들은 거의가 자취를 감추고 저 멀리멀리에
서 갈매기 한마리가 날아예며 가냘픈 울음소리를 남길 뿐이였습니다.
거의 뭍에 다달을 쯤에 바다가에 웬 늙은이가 금방 넘어질듯 간신히 앞으로
걷는 모양이 보였습니다. 금방 해가 지겠는데 누가 저렇게 바다가에 나왔을
가? 총각은 깐힘을 다하여 배를 몰았습니다. 배가 뭍에 닿기 바쁘게 총각은
배에서 뛰여내렸습니다.드디어 로인은 몇발짝을 더 못나가고 바다가에 쓰러
졌습니다. 총각은 나는듯이 달려가 로인을 부추켜 안았습니다.
몹시 여위고 검은빛이 나는 얼굴은 삼검불처럼 헝클어진 백발에 덮이여
누구인지 알아볼수가 없었습니다.람루한 무명천 옷은 기운자리도 많았고 발
에 겨우 걸려있는 신은 말이 신이지 지푸라기가 질질 끌리는 초신이였습니
다. 얼핏보아도 수없이 고생을 겪어온 로인임이 틀림없었습니다.(우선 사람
을 살리고 봐야 한다.) 총각의 머리에는 로인을 구하고 보자는 일념밖에 없
었습니다.
로인을 업고 집에 들어선 총각은 조심조심 로인을 내리웠습니다.로인의
얼굴을 씻어드린다 옷을 바꿔 입힌다 쌀미음을 끊여 대접한다 하며 총각은
분망히 돌아쳤습니다.로인의 코등에는 큼직한 사마귀 하나가 있었는데 총각
으로서는 이런 로인을 주변마을에서 본적이 없었습니다.로인은 드디어 정신
을 차렸습니다.
<<로인님, 집은 어느 마을에 있습니까?>> 총각이 물었습니다.
<<집? 바다 한복판에 있는 무명섬에 있네.>>로인은 겨우겨우 대답했습니다.
<<무명섬?!>> 총각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무명섬은 뭍에서 밤낮 일주일을 가야 도착할수 있는 멀고도 멀리 있는 섬이
였던것입니다. 이렇게 멀리서 여기까지 오게 되였을 때는 꼭 비범한 사연이
라도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총각은 물었습니다.
<<그리 먼곳에서 어떻게 되여 여기에 오시게 되였나요?>>
<<후 ㅡ 말도 마우. 말도 마우…>> 어이없다는 듯이 로인은 한마디 대답하
였습니다. (아마 말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가봐.) 총각은 생각했습니다.
<<혹시 무슨 말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것 아니세요?>>
<<말도 마우. 말도 마우.>> 로인은 또 같은 대답뿐이였습니다.
<<로인님, 혹시 내가 도와드릴수도 있을런지. 말씀해 보십시오.>>
로인은 수건으로 눈굽을 꾹꾹 찍더니 말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명섬에서 아들자식 넷을 길러왔수다.그늠들은 인젠 모두가 장가
를 들고 가정을 이루고 자식까지 낳았수다.갸들 자식들이 커가니깐 량식이
나 뭐나 모두 이전보다 많아야 하겠는데 그렇지 못하니깐 인젠 나를…>>
로인은 너무도 억울하여 뒷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로인님, 어서 말씀을 마저 하세요.>>
로인은 후ㅡ 하고 땅이 꺼질듯 한숨을 쉬더니 말을 계속 했습니다.
<<나를 어쨌겠소? 이렇게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버렸지.>>
<<네? 그 말씀이 진실인가요? 한심하군 한심해.>>세상에 이런 망칙한 자식
들도 있단말인가! 하늘이 용서 안할것이다. 총각의 가슴속에서는 뜨거운 그
무엇인가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그러면서도 총각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
으며 말했습니다.
<<로인님, 걱정마세요. 저하고 한집에서 지냅시다. 저의 집도 넉넉한 살림
은 아니지만 성의껏 보살펴드릴게요.>>
<<고마운 말씀이다만, 어찌 그렇게 하겠수.>> 로인이 대답했습니다.
<<아무튼 며칠간 몸조리를 잘 하시고 봅시다. 로인님께서 꺼리지 않는다면
저와 함께 지냅시다.>> 총각은 로인을 잘 모시리라 생각하면서 말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로인의 원기는 회복되여 마음대로 움직일수 있게
되였습니다. 총각은 로인에게 새옷을 입혀드렸고 새신을 사드렸습니다. 총
각은 로인을 자기 아버지를 모시듯 알뜰살뜰 모셨고 항상 맛좋은 음식을
해드리려고 무등 애를 썼습니다.로인이 많이 건강해 지자 총각은 여느때와
같이 고기잡이를 나가군 했습니다.
오늘도 바다에 나갔다가 고기를 가득 잡은 총각은 코노래를 부르며 돌
아옵니다.
집에 들어선 총각은 끔쩍 놀랐습니다. 로인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예
전같으면 꼭 집에 있을것인데 오늘은 어데로 나갔을가?총각은 속이 뭉클해
났습니다. 총각은 마을 곳곳을 다니며 로인을 찾느라고 헤맸습니다.그러나
로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친척이 있다는 말도 못들었는
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가? 혹시 무슨 흔적이라도 남기고 간것이 없을가 하
여 총각은 방안을 샅샅이 훑어보았습니다.
차곡차곡 곱게 얹은 이불우에 종이장 한장이 있었습니다. 종이장에는 <<나
를 구해주어 대단히 고맙네. 이렇게 착한 사람을 영영 안잊을거네. 총각을
더는 고생시킬수 없으니 나는 가야겠네.>>라고 씌여 있었습니다.그러나 어
디로 간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혹시 내가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해
서 떠났을가? 총각은 로인님을 만나서부터의 자기의 처사를 곰곰히 돌이켜
보았습니다. 잠자리에 누운 총각은 로인을 더잘 보살펴드리지 못한것이 후
회되였습니다. 어디가서 잘못 되지나 않았을가 하는 무시무시한 생각도 맴
돌이치면서 도저히 잠을 이룰수 없었습니다.
검푸른 하늘엔 별들이 깜박이고 만물이 깊이 잠든 고요한 밤,철썩이는
파도소리만 절주있게 들려왔습니다.
<<둥둥둥! 문좀 열어주세요. 문좀 열어주세요.>>
(하회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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