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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하얼빈)  #1. 한국 서울 용산구에 사는 중국동포 A씨(27)는 '코리안 드림'을 믿고 이달 초 한국으로 귀화했다. A씨는 입국한 후, 벼룩시장을 통해 수차례 구직을 시도했다. 10여일이 지나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그는 벼룩시장 가판대를 내동댕이쳐 쳤다. 쉽게 취업이 되지 않자 애꿎은 가판대에 화풀이 한 것이다. 결국 A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2. 서울 구로구에 사는 중국동포 B씨(53·여)는 2007년 돈을 벌어 외동딸의 학비를 벌기위해 한국에 왔다. 지난해 11월까지 파출부일과 식당일을 해오다 손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일을 쉬게 됐다. 이후 일자리를 다시 찾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힘들지만 중국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아직 대학을 다니는 딸이 졸업하기까지는 1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불어 닥친 구직난은 중국동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핏줄이라는 동질감과 '더 나은 일자리'를 꿈꾸며 한국을 찾은 중국동포들의 좌절은 우리사회의 또다른 그늘이 되고 있다.

◇무너진 '코리안 드림'…저임금 중국동포들도 일자리 '막막'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중국동포들은 상대적 저임금으로 인해 인력시장에서 환영받는 존재였다.

식당일에서 3D업종에 이르기까지 산업현장 곳곳에서 한국민족 특유의 근면성을 발휘하는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또다른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해마다 한국을 찾는 중국동포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구직난이 가중됐다. 경기침체 여파로 이미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현황(20007년 4분기, 2008년 4분기, 2009년 3분기)'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한국에 입국한 전체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47만6179명, 54만8553명에서 2009년 54만9282명으로 9만여명이 늘었다.

이중 중국동포 수는 2007년 4분기 23만 2512명에서 2009년 3분기 29만 9698명으로 6만명 이상 급증했다. 이같은 급격한 유입은 제한된 일자리 시장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식당주인의 야반도주로 실직자가 된 중국동포 김모씨(52·여)는 "요즘 벼룩시장, 교차로 등 구인구직정보지를 보며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보통 하루에 10군데에 전화를 거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1군데도 없다"고 씁쓸해했다.

김씨는 "2003년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남편도 건설현장에서 전기기사 계약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6월 실직했다"며 "건설회사가 자금문제 등으로 공사를 중단하니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됐다"고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돈 벌어오겠다고 큰 소리 '떵떵' 쳤는데….

상황이 이러한데도 선뜻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중국동포들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꼭 성공하겠다는 가족과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만만치 않은 비용이 치렀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인력을 송출하는 브로커들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소개료를 중간에서 챙긴다.

일부는 취직에 성공한 중국동포들의 수입 중 일정부분을 떼도록 강제계약을 해 '이중고'를 겪게 하고 있다.

중국에 아내를 홀로 두고 2년 전 한국에 왔다는 창모씨(40)는 "한국이 생활환경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와서 아내와 같이 살 터를 마련하기 위해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지난 2년간 창씨는 취업을 위해 대림역과 남구로역 일대의 직업소개소를 전전했으나 직업을 얻지 못했다.

창씨는 "지난해부터 공사장에서 일하려면 무슨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생활도 만족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내국인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동포 건설업 취업 인증제'를 실시했다. 중국동포들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면 산업인력공단에서 취업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단속에 적발된 중국동포들에게는 체류기간 연장 금지, 출국 정지 등 정부차원의 제재가 가해졌다. 이로 인해 그나마 남은 일자리에는 한국인들로 채워지고, 중국동포들이 갈 곳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3D'업종 취업 회피로 치열해진 구직 경쟁

중국동포들이 '입맛'에 맞는 일자리만 찾다보니 실업자 신세로 치닫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3D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구인난을 호소하는데, 중국동포들의 발길은 뜸해졌기 때문이다.

김원경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팀 주임은 "과거 5년 전만해도 많은 중국동포들이 3D업종에서 일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그들도 재입국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3D업종을 회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주임은 "그들이 건설업,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만 구직활동을 집중해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방문취업비자를 통해 한국에 온 중국동포 신모씨(32)는 "얼마전 한 핸드폰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4개월여 만에 그만 뒀다"며 "생각보다 업무강도가 심하고, 월급도 적어 근무환경이 좋은 다른 업종을 알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한정된 인력시장에서 취업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주임은 "국내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국민 고용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므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순 없겠지만 차차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방에서 농업, 임업, 제조업 등의 분야에 4년 이상 종사하면 영주권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합법적인 외국인 체류자들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올들어 사회 곳곳에서 경기회복의 온기가 스며들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동포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영하의 날씨만큼 차갑다.

/서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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